Aju Innovation Hub
인사이트
인사이트

'AI로 뭘 할까'보다 먼저, 우리가 어디서 아픈지부터

"그래서 AI로 뭘 해야 하나요?"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 것 같아요, 순서를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. "AI로 뭘 할까"가 아니라, "우리가 지금 가장 아픈 곳은 어디인가"부터요.

조성우조회 4

'AI로 뭘 할까'보다 먼저, 우리가 어디서 아픈지부터

요즘 어디를 가나 AI 얘기라, "그래서 AI로 뭘 해야 하나요?"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 것 같아요. 그런데 저는 이 질문부터 시작하면 멋진 시연은 나와도 정작 우리 일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지 않나 싶더라고요. 그래서 순서를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. "AI로 뭘 할까"가 아니라, "우리가 지금 가장 아픈 곳은 어디인가"부터요.

도구를 먼저 정하면 자꾸 겉도는 것 같아요

AI를 먼저 놓고 쓸 데를 찾으면, 그럴듯한 데모는 만들어도 조직의 진짜 문제까지 닿기는 어려운 듯 싶어요. 반대로 우리가 시간과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일, 직원이나 고객이 가장 힘들어하는 지점부터 찾아보면 AI가 들어갈 자리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요.

사실 요즘 격차가 꽤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, 한쪽에서는 개발자 한 명이 매달 수백만 원씩 AI 비용을 쓰며 두 배 빠르게 일하고, 다른 쪽에서는 유료 AI를 써본다는 것 자체를 아직 낯설어하기도 하더라고요. 이 차이가 단순히 도구를 아느냐 모르느냐 문제만은 아닌 듯 싶어요. 문제를 먼저 보느냐, 도구를 먼저 보느냐의 차이도 꽤 큰 것 같습니다.

시간이 줄어든 게 핵심이 아니라, 그 시간으로 뭘 하게 됐는지

잘 알려진 사례를 몇 개 보면 이 지점이 더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.

한화오션(옛 대우조선)은 복잡한 선박 생산계획을 더 빨리 세우고 고치는 게 고민이었다고 하는데, AI 도입 뒤 6~7명이 열흘 넘게 매달리던 분기 계획을 5명 미만이 4일 만에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. 그런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'빨라졌다'가 아니라, "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될까"를 여러 번 시뮬레이션해볼 여유가 생겼다는 쪽 아닐까 싶어요. 계획을 내다보는 범위도 몇 달에서 1~2년으로 늘었다고 하고요.

현대건설도 비슷한 것 같아요. 일주일 걸리던 수주용 공정계획이 하루로 줄었다는데, 이게 단순 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 듯 싶어요. 검토가 하루로 줄면 그만큼 더 많은 사업에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. 비용을 줄이는 도구를 넘어, 매출 기회를 늘리는 도구가 된 셈이 아닐까요. 자동차 부품사 프론텍은 또 달라서, 딥러닝 결함 탐지로 새 품질 기준을 맞추며 거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하고요.

그래서 진짜 가치는 사람을 줄이는 데 있지 않은 듯 싶어요

AI의 가치를 인력 감축에서 찾는 얘기가 많은데, 저는 오히려 "사람이 없어서 못 하던 일을 하게 되는 것" 쪽이 더 크지 않나 싶어요. 확장성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요. 실제로 성공하는 곳들은 "AI로 뭘 할까요?"보다 "우리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걸 AI로 풀 수 있을까요?"라고 묻더라는 거예요. 저도 이쪽이 성공 확률이 높은 물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.

아픈 곳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들

거창하게 접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. 고객이 오래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, 직원이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찾고 있지는 않은지, 중요한 판단이 몇 사람 머릿속에만 묶여 있지는 않은지, 품질 문제를 너무 늦게 발견하고 있지는 않은지, 사람이 부족해 아예 포기한 서비스가 있지는 않은지. 이런 걸 하나씩 짚어보면 AI가 들어갈 자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.

후보를 골랐으면, 네 가지로 한 번 더 걸러보면 되지 않을까요. 얼마나 시급한지, 잘되면 효과가 큰지(시간·비용·만족도·매출), 지금 기술과 데이터로 실현 가능한지, 틀렸을 때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요. 특히 위험은 직원이 다시 고치면 되는 수준인지, 아니면 금융이나 의료·안전처럼 한 번 틀리면 크게 번지는 건지 나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. 그리고 "처리 시간을 3일에서 하루로", "오류율을 5%에서 1%로"처럼 측정 가능한 목표를 붙여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. 이게 없으면 결국 "이런 것도 됩니다" 하는 시연으로 끝나버리기 쉬운 듯 싶어서요.

완벽한 데이터를 기다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

예전에는 데이터를 다 정리하고 라벨을 붙이고 모델을 새로 학습시켜야 시작할 수 있었는데, 지금은 좀 다른 듯 싶어요. 요즘 AI는 규정이나 매뉴얼, 보고서를 통째로 읽어낼 수 있고, 양이 많으면 RAG처럼 검색과 붙여서 쓰면 되니까요. 예전에 기업은행에서도 정책자금이 700개가 넘어 직원도 본점도 고객도 다 같이 기다려야 하는 세 겹 병목이 있었는데, 내부 규정을 근거로 답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이걸 한꺼번에 줄였다고 하더라고요.

그러니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, 이미 있는 범용 AI에 우리 문서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. 대신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은 어떻게 지킬지, AI가 낸 답은 누가 최종 확인할지 정도는 같이 설계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. "완벽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"는 얘기지, 데이터 관리가 안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라서요.

마무리하며

결국 AI의 출발점은 AI 자체가 아니라, 우리가 어디에서 아파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찾는 데 있는 것 같아요.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팀을 가장 고생시킨 일, 누군가 계속 기다려야 하는 병목, 그 사람이 없으면 멈추는 업무, 사람이 부족해 접어둔 서비스. 그중 하나만 골라서 목표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한 다음 AI와 함께 풀어보면, 생각보다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.

댓글 0

로그인하고 댓글 남기기